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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과학칼럼-이종민 교수, 스타워즈가 현실로

  • 임성훈
  • 등록일 : 2007.02.06
  • 조회수 : 2548

중앙일보 2007년2월3일(토)자에 실린 이종민 고등광기술연구소장님의 과학칼럼 원문을 아래에 게재합니다.


[과학칼럼] 스타워즈가 현실로 

빛은 우주 탄생과 함께 방출됐다. 빛은 생명의 원천이다. 그러면 빛은 과연 무엇일까? 이 오랜 수수께끼는 1900년대 들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유명 과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풀렸다. 빛은 전자파(파동)이면서 입자(알갱이)인 에너지다. 이 수수께끼를 푼 뒤 인간은 강한 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실로 60년에 강한 빛을 발생시키는 레이저가 발명됐다.


레이저는 동일한 파장의 빛을 내는 특수물질과 빛을 가뒀다가 순간적으로 내보내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이 장치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빛만을 차곡차곡 특수물질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그 방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을 광선이라고 부른다. 레이저광선은 태양에서 아무 방향으로나 나가는 자연 빛보다 훨씬 세다.


태양은 ㎠당 약 7000W의 빛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100W 백열등 70개를 켤 수 있는 에너지가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곳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레이저광선은 ㎠당 10억W가 넘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또한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빛의 빠르기는 1초에 30만㎞, 즉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 수 있는 속도다. 그래서 거의 퍼지지 않고 곧바로 진행하는 레이저광선은 아주 멀리 있는 곳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공상과학영화인 "스타워즈"에서는 신기한 외계인과 아주 먼 훗날에나 나올 법한 무기들이 사용된다. 그 신기한 무기들은 광선을 내뿜는다. 주인공 제다이의 광선 검은 어떤 물건이든지 순식간에 잘라버린다. 광선 미사일은 아무리 빨리 움직이는 물체라도 순식간에 일직선으로 정확하게 날아가 파괴한다. 이러한 광선 무기는 영화의 재미를 위해 허구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레이저광선의 성질이 실제 그렇기 때문이다.


H G 웰스가 1898년 발표한 소설 "세계전쟁"을 2005년 영화화한 "우주전쟁"을 보면 화성인들이 열선 무기로 지구인을 공격하는 장면이 있다. 이 열선 무기는 영화에서 레이저로 묘사된다. 레이저광선 이용에 대한 상상이 110여 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소설에 등장하는 강력한 레이저광선이 개발된다면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83년 3월 강력한 레이저를 인공위성에 장착해 자국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전략방위구상(SDI)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계획을 "스타워즈"라 명명했고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발사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핵폭탄이나 독가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싣고 날아와 자국 영토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 유일한 방법은 발사하자마자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력한 레이저광선 무기로만 가능하다. 이 스타워즈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2000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실험장에서 고에너지 레이저광선이 탄도 로켓을 공중에서 격추시킴으로써 증명됐다.


만약 실시간으로 지구를 몇 ㎝ 단위로 정찰하는 인공위성에 고에너지 레이저가 장착된다면 어디에서 누가 미사일을 발사하든 즉시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은 수명이 다한 자국의 인공위성을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 파괴했다. 중국은 탄도미사일 기술로 자국을 감시하는 첩보위성을 파괴할 계획이라고 한다. 몇 해 전에는 레이저광선을 이용한 기초 실험도 했다고 한다. 우주공간에서 레이저로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007 영화의 한 장면은 더 이상 공상 속의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종민 광주과기원 고등광기술연구소 소장 겸 신소재공학과 교수


※약력 : 서울대 물리학과, 동 대학원 졸업, 국제광공학학회(SPIE)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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