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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7.2.10(토) 일자 30면 오피니언 면에 이종민 고등광기술연구소 소장님 칼럼이 게재됐습니다. 아래는 원문 입니다.
[과학칼럼] 빛과 지구 온난화
이종민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장 겸 신소재공학과 교수
최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2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210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6.4도 상승해 북극 빙하가 다 녹고 바다 수면은 59㎝나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태평양 산호초 섬은 물론 중국 상하이.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같이 땅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도시와, 방글라데시.네덜란드 등 저지대 국가 일부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류에 있어 엄청난 재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는 지구의 대기층에 의해 흡수되고 50% 정도만 땅에 도달한다. 땅에 흡수된 빛에너지의 일부는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바뀌어 다시 바깥으로 방출된다. 이 적외선의 반 정도는 대기를 뚫고 우주로 빠져나가지만, 나머지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에 의해 흡수된다. 이산화탄소에 의해 흡수된 빛은 다시 방출돼 땅에 흡수된다. 이와 같은 빛의 흡수와 방출이 반복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대기층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기체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 우주 밖으로 나가야 하는 빛을 흡수한 뒤 땅으로 방출해 지구를 데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기체는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우리들이 자동차나 비행기 혹은 유람선을 타고 여행할 때 엔진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밖으로 배출돼 대기 중에 축적된다. 사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의 온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을 경고해 왔다.
과학자들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바람이나 햇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 개발에 오래전부터 힘써 왔다. 태양전지는 빛을 흡수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물체에 빛을 쪼이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광전(光電)효과라 한다. 아인슈타인은 사실 특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를 빛의 알갱이 성질을 이용해 설명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태양전지는 햇빛이 강렬한 사막이나 비 오는 날이 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전기를 잘 만들지만,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흐린 곳이나 밤에는 제 기능을 잘하지 못한다.
1990년대 초 미국의 피터 글레이저는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 방법은 단순하다. 거의 태양전지로만 만들어진 거대한 위성을 우주에 띄우고, 위성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바꾸어 지상에 있는 "렉테나"라는 특수한 수신 안테나들로 보내 다시 전기로 변환시켜 사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파는 전송 퍼짐도가 커서 지상 렉테나 크기가 직경 1㎞ 이상은 돼야 한다. 마이크로파 대신 퍼짐도가 아주 작은 레이저광선을 이용하면 지상에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도 있지 않을까? 10여 년 전 일본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빛에너지 변환장치가 몸체 밑에 부착된 소형 모형 비행기에 원적외선 레이저광선을 지상에서 쏘아 20~30여 분간 날아다니는 시연을 한 바 있다. 빛에너지를 동력으로도 사용 가능함을 입증한 것이다.
태양전지로 구성된 거대한 발전 위성을 지구 밖에 만들고, 여기서 만든 전기를 레이저광선이나 마이크로파 에너지로 바꾸어 지상의 원하는 곳으로 전송하는 공상과학영화 같은 장면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화석연료 대신 태양 빛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은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풍부한 에너지를 인류에게 선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이종민, 2007.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