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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교수, 서울경제 "포럼" 기고 - <불확실성 속에 잠재성 있다>

  • 이석호
  • 등록일 : 2013.05.20
  • 조회수 : 1837

불확실성 속에 잠재성 있다

정성호 교수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요소로 간주돼 어떤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거나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특히 경제활동과 연관해서는 불확실성은 위험요소로 분류되기도 한다. 불확실성을 대하는 이와 같은 태도는 한편으로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불확실성 제거된 환경서 혁신은 없어

 

  불확실성이 제거된 환경에서 개인이나 시장은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고 결과에 대비할 수 있게 돼 안정성은 매우 높겠지만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인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창조경제가 무엇인가에서부터 어떻게 창조경제를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무성한데, 이 역시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창조라는 의미 자체가 기존에 없던 형태나 개념을 새로운 발상을 통해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쉽게 예측 가능하거나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런 관점에서 창조경제는 불확실성에 내포된 가치나 잠재성을 인정하면서 도전을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과 난관을 무릅쓰면서까지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경험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을 통해 신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기업이 세워지며 새로운 산업과 가치가 창출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과학경쟁력 세계 5위, 기술경쟁력 14위, 국가경쟁력은 19위로 발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이 빈약하며 모험적인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ㆍ공공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자 약 11만명 중에서 1.5%만이 창업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4위의 기술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려는 시도를 한 연구자는 백 명 중에 겨우 한두 명에 그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기술창업의 길에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거나 아예 도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 기술창업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연구자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세계 5위의 과학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연말이면 우리는 다른 나라 연구자들의 노벨상 수상소식을 들으며 부러워하고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중에 이렇게 연구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연구, 아직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길이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소수의 용기 있는 연구자들이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발굴해낸 잠재성이 노벨상의 영광을 가져다줬을 것으로 믿는다.

 

  이처럼 안정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으로,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로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연구자들을 보호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와 제도가 조속히 정착돼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 현실은 이런 도전적인 연구자들이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책임과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기술창업에 도전하는 국내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와 기업경영의 이중부담을 겪으면서도 실패했을 때 위로와 격려보다는 이에 대한 책임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먼저 염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험적인 연구에 도전하고자 하는 연구자의 경우도 연구 결과보다도 우선 논문의 숫자에 먼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정적인 연구지원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음을 염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도전과 모험 북돋는 사회 만들어야

 

  다행히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연구자들의 기술창업을 장려하고자 하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고, 연구 결과가 원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라도 연구에 최선을 다했을 경우 성실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창업이나 연구였다면 아마도 그것은 혁신적이거나 모험적이지 않은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진정으로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연구자의 실패는 그 안에 스스로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값진 교훈과 경험을 내포하고 있다. 실패가 실패로만 끝나지 않고 명확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과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제도를 통해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소수의 귀한 연구자들이 마음껏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성호 지스트 산학협력단장(기전공학부 교수) / 서울경제 2013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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