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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하 명예교수, 중앙일보 시론 기고 - <북핵 대응 시스템 있어야 한다>

  • 이석호
  • 등록일 : 2013.03.07
  • 조회수 : 1498

[시론] 북핵 대응 시스템 있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전략상 미로 존재

어느 정권서도 일관되게 운용되는 지혜 필요

 

지스트 안병하 명예교수(기전)


  한반도 안보정세가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핵 무기화를 위한 북한 정권의 추가 핵실험 문제를 두고 유엔 안보리가 대북한 제재 결의(2087호)를 채택한 이후 이에 반발하면서, 북한은 3차 핵실험 감행과 대남도발 위협을 연달아 천명해 왔다. 한동안 해당 주변국 간의 조율과 대응태세가 유효했는지, 막다른 길로 치닫지만은 않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결국 핵실험은 강행되고 말았다. 이는 줄곧 반복해온 북한 집권층의 행태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핵 무기화와 대남 도발 없는 상생의 길을 열 우리의 유효한 대응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깊은 산속의 성벽(山城)을 볼 때마다 옛 우리 인류의 고통스러웠던 삶과 어리석음을 일깨우게 해준다. 땅을 지키고 뺏으려는 집단이 서로 소통과 양보의 지혜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험준한 지형에서 맨손으로 돌 성벽을 쌓았던 그 참혹한 노동 대신에 산 아래 농경지를 함께 개간했다면 다 같이 안락한 생활이 가능했을 터인데. 산성의 전투에서 그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터인데. 이러한 깨달음으로 우리 인류는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반도 정세를 보면 옛날에 겪어온 어리석음의 전형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우리 인류의 진정한 깨달음은 언제 올 것인가. 우리 가까이 있는 북한에서 굶주림 없고 인권이 짓밟히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 도래할 것인가. 핵 무장화를 막고 남북이 상생할 길은 없는가. 이에 대해 관련된 국내외 정책담당자 및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결 대안 혹은 견해들은 오히려 우리를 보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만일 핵 무장화 이후 대한민국의 생존이 핵심이라면 이에 맞는 사즉생(死卽生)의 결단과 의지가 깃든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 정권의 행태에 의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만으로는 할 수 없는 전략상의 미로가 한없이 얽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미래 생존, 번영과 직결된 현 상황을 타개할 최상의 방안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잇따른 북한 도발에 수차례 많은 허점을 노출한 우리 정부의 대처가 미덥지 않아 불신도 큰 편이다. 그러나 우리 주권에 의한 대응 시스템은 어느 정권에서나 일관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쉼 없이 확립해 나가야 한다.

 

  현 사회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시스템을 다루는 공학자들은 개념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간다. 개념적 접근이란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충실한 길을 찾아 목표에 도달함을 뜻한다. 북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보다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인류의 지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음에도 우리가 내놓는 해결안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시스템 공학 이론의 하나를 인용한다면 “우리가 활용하는 모든 시스템은 최상의 것이 아니라, 계속 개선이 필요한 수준에 불과하다(least lousy)”는 것이다. 시스템에 투자할 허용수준(availability) 제약아래에서 일관된, 부단한 개선을 통해 목표에 접근해야 함을 뜻한다. 이에 비추어, 북 핵 해결과 남북한 협력을 이끌어낼 시스템 확립에는 무한한 지혜와 인내가 요구됨을 알아야 한다. 또한 결코 최선(best)일 수 없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부담(risk)과 혹독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각오를 가지고 늦었지만 대응 시스템 확립을 위한 새 출발을 촉구한다.

 

 

중앙일보 2013년 3월 1일자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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